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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인가, 웬수인가?

Registration date: 2026-03-10
충신인가, 웬수인가?

황제의 뒷목과 장군의 눈물

황궁 바닥에 머리를 박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는 사내가 있습니다.

제국의 일등 공신, 천하무적이라 불리던 강철의 장군 '강무'입니다.

그 앞에는 얼굴이 대추빛보다 더 붉게 달아오른 황제가 부들부들 떨며 서 있군요.

"장군... 네 이놈을 죽여야 내가 살겠느냐, 아니면 내가 죽어야 이 꼴을 안 보겠느냐!"

황제의 포효에 장군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훔치며 외칩니다.

"폐하! 이 모든 것은 오로지, 단언컨대! 폐하의 안위만을 생각한 소신의 충정이옵니다!"

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배려

이들의 인연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젊은 황제 곁에는 언제나 강무 장군이 있었죠.

장군의 충성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좀... 독특했달까요?

행군 도중 목이 말라 강가에 이르면, 황제가 목을 축이기도 전에 장군이 어김없이 앞길을 막아섰습니다.

"폐하! 멈추시옵소서! 이 강물에 적이 독을 풀었을지 모릅니다. 제가 먼저 마셔보고 배탈이 나지 않으면, 그때 드시옵소서!" 그러고는 강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죠.

황제는 장군의 기미(氣味) 덕분에 안전했지만, 정작 본인이 마실 때는 장군이 다 휘저어놓은 흙탕물을 마셔야 했습니다.

끊어진 다리 앞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폐하! 이 다리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소신이 먼저 건너가서 안전을 확인한 뒤에 발을 떼시옵소서!"

장군이 쿵쾅거리며 건너간 뒤, 이미 너덜너덜해진 다리를 황제는 식은땀을 흘리며 건너야 했죠.

심지어 산해진미가 차려진 수라상 앞에서도 장군의 '선빵'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독이 있을지 모르니 제가 먼저 먹어보겠습니다!"

결국 황제는 장군이 맛있게 씹어 먹고 남긴 '확인된(?)' 잔반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곤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제는 허허 웃으며 넘겼습니다. '허허, 저 녀석 참 유별나지만 참으로 귀한 충신이로다' 하고 말이죠.


오늘은 아니지, 이 양반아!

세월이 흘러 제국은 평화로워졌고, 드디어 황제가 그토록 고대하던 국혼의 날이 밝았습니다.

상대는 이웃 나라에서 온 절세미인 후궁! 황제는 오늘만큼은 장군의 그 지긋지긋한 '과잉 충성'에서 벗어나 오붓한 밤을 보낼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났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촛불을 끄고 침소에 들려던 찰나, 어둠 속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폐하! 잠시만요! 멈추시옵소서!"

황제는 경악했습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장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장군은 비장한 표정으로, 마치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투에 나가는 용사처럼 외쳤습니다.

"폐하! 오늘 오신 후궁 마마는 타국에서 오신 분이라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침소 아래에 비수가 숨겨져 있을지, 혹은 마마의 품속에 독침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황제는 불길한 예감에 뒷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설마...?"

"네! 소신이 먼저 확인했습니다! 침대가 튼튼한지, 이불에 가시는 없는지,

그리고... 후궁 마마의 성품이 폐하를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소신이 직접 몸소! 먼저 겪어보았나이다!"


황제의 비명이 궁궐을 울렸습니다.

"이런 젠장! 오늘은 내가 후궁을 맞이하는 첫날이란 말이다! 네가 왜 그걸 먼저 확인해!!!"

장군은 억울했습니다. 평소처럼 물도 먼저 마시고, 다리도 먼저 건너고, 밥도 먼저 먹었을 뿐인데 왜 오늘은 황제님이 저렇게 노발대발하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장군은 끝까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폐하... 소신은 오직 폐하의 밤길이 평안하시길 바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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