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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화장실의 비밀 '오레오'와 '화석' 사이에서 마주한 교수님의 절규

Registration date: 2026-03-11
캠퍼스 화장실의 비밀 '오레오'와 '화석' 사이에서 마주한 교수님의 절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날 아침 '인간의 한계'와 '예술의 경지'를 동시에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평화로운 캠퍼스의 아침은 누군가의 처절한 사투 끝에 얻어진 전리품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요.


자, 이제부터 제가 겪은 그 장엄하고도 비극적인 ‘화장실 서사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침 독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세 번째로 울려 퍼지던 그때, 제 하반신에서는 이미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습니다.

캠퍼스의 낭만? 교수님의 인자한 미소? 그런 건 사치였습니다.

오직 뇌리에는 ‘강의동 서쪽 끝 화장실’이라는 성지만이 유일한 구원의 빛으로 떠올랐죠.


복도를 가로질러 질주하는 동안 제 코끝을 스치는 건, 막 아침 학식을 해치우고 나온 동기들의 부추 만두 냄새와 묘하게 섞인 강력한 락스 향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K-대학교의 진정한 아침 향기 아니겠습니까?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왠지 모르게 '아, 오늘도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 익숙한 체취 말입니다.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섰을 때, 그곳은 기이할 정도로 정적에 싸여 있었습니다.

'또각, 또각' 제 신발 소리가 타일에 부딪혀 메아리치는데, 그 고요함이 오히려 폭풍 전야처럼 느껴져 등 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죠.


"제발, 한 칸만이라도 비어 있어라!"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칸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런데 말입니다, 세상에. 변기 시트 위에는 갈색빛이 도는 붉은 무언가가 마치 '초코 오레오'를 잘게 부수어 놓은 듯한 형상으로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가장자리에 삐져나온 정체불명의 섬유 조각들은 마치 뱅크시의 설치 미술을 연상케 하더군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건 입문자용이군. 어젯밤 술기운에 급하게 흔적을 남기고 떠난 어느 학우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난이도 하(下). 저는 조용히 코를 막고 문을 닫았습니다.

아직 제 존엄성을 포기하기엔 이른 시간이었으니까요.


두 번째 칸의 문을 열었을 때, 저는 그만 제 눈을 의심하고 말았습니다.

그곳엔 단순한 '배설'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변기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처럼 우뚝 솟은 그것은, 표면이 거칠게 굳어 있어 흡사 쥬라기 시대의 공룡 화석 같은 위엄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이건 한 사람이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간의 고뇌와 인내, 그리고 장의 모든 연동 운동을 쏟아부어야만 탄생할 수 있는 '역작'이었죠.


순간, 저는 이름 모를 그 '거장'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당신은 이 성업을 마친 뒤, 얼마나 큰 해탈과 성취감을 느꼈을까. 지금쯤 강의실 맨 앞줄에서 누구보다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듣고 있겠지.'


하지만 그 경외심과는 별개로 제 괄약근은 다시금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건 제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습니다.

오늘 이 '선물 상자'를 열어보실 미화 아주머니께 미리 심심한 사과의 묵념을 올리며, 저는 마지막 희망인 세 번째 칸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마지막 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옷자락 소리. 누군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절망했습니다. 앞선 두 칸의 '지옥'과 '예술' 사이에서 제 장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으니까요.


"저기... 실례지만 금방 나오시나요?"

조심스럽게 묻자, 안에서 돌아온 대답은 저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아... 학생? 미안한데 여기 화장지 좀 가져다줄 수 있어?

아까 두 번째 칸에 있던 그 친구가 휴지를 다 쓰고 간 모양이야..."


그 목소리는 바로, 이번 학기 제 학점을 쥐고 계신 전공 교수님이셨습니다.

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 칸의 그 장엄한 화석은 교수님의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교수님은 지금 그 '거장의 흔적'에 압도당해 휴지 한 칸 없이 고립된 피해자였던 것입니다!


결국 저는 밖으로 뛰어나가 과 사무실에서 휴지 한 롤을 공수해 교수님께 상납(?)했습니다.

덕분에 제 급박했던 상황은 뒷전이 되었고, 저는 교수님과 문을 사이에 두고 묘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었죠.


그날 이후, 저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생각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아무리 참혹할지라도, 그 뒤에는 누군가의 처절한 사투와 도움이 필요한 영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여러분, 혹시 캠퍼스 화장실에서 '오레오'나 '화석'을 발견하신다면 당황하지 마세요.

그것은 누군가의 열정적인 아침이 남긴 흔적이며, 당신에게는 '휴지 한 롤로 학점을 딸 기회'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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