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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서랍, 더 꽉 찬 웃음: 어느 가난한 문장가의 밤

登録日:2026-02-25
텅 빈 서랍, 더 꽉 찬 웃음: 어느 가난한 문장가의 밤

서울의 어느 낡은 빌라 옥탑방, 차가운 달빛만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던 깊은 밤이었습니다.

원고지 더미에 파묻혀 잠든 한 남자의 방에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서랍을 뒤지러 온 '도둑'이었죠.

도둑은 숨을 죽인 채 삐걱거리는 책상 서랍을 하나둘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침대에서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는 줄 알았던 집주인이 상체를 일으키며 배를 잡고 껄껄 웃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당황한 도둑은 칼을 치켜드는 대신 멍하니 물었습니다.


"아니, 이 야밤에 남의 집 서랍을 뒤지는데 뭐가 그렇게 즐거워서 웃는 거요?"


남자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습니다.

"이보게, 친구. 그 서랍은 내가 오늘 낮 내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도 샅샅이 뒤져봤던 곳이라네.

그런데 동전 한 닢, 쌀 한 톨 나오지 않았지. 그런데 자네가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뭘 찾아내겠다고 그리 열심히인가?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스워서 참을 수가 없었네."

남자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아닌, 묘한 해탈과 동질감이 섞여 있었습니다.

도둑은 허탈함에 빠졌습니다. 훔

칠 게 없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수고가 이토록 무의미하다는 것을 집주인에게 '인증'받은 셈이니까요.

도둑은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에잇, 재수 없으려니... 시간만 버렸군."


도둑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나갈 때 문은 꼭 닫아주고 가게나."


도둑은 어이가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며 쏘아붙였습니다.

"가져갈 것도 하나 없는 빈털터리 방인데, 문은 뭐 하러 닫으라는 거요?

설마 다른 도둑이 또 들어올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겁니까?"

그러자 남자는 재치 있게 대답했습니다.


"그럴 리가. 도둑이 들어오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네. 밤바람이 들어오는 게 무서워서 그렇지. 내 방에 남은 건 자존심과 이 온기뿐이라네."


결핍을 위트로 승화시키는 법

이 일화는 단순히 가난한 작가의 궁색함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삶에 닥친 '결핍'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죠. 우리는 흔히 내 서랍이 비어있을 때 불안해하고,

누군가 그 빈 서랍을 들여다볼까 봐 문을 굳게 걸어 잠급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달랐습니다.


"나도 못 찾은 걸 네가 어떻게 찾니?"

남자의 웃음은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옵니다.

비극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가난을 비참하게 여기기보다

하나의 상황으로 인정해 버린 것이죠. 문제가 닥쳤을 때 "왜 나만 이럴까?"라고 묻는 대신,

"그래, 내 서랍은 비었어. 그게 팩트지!"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는 엄청난 내공입니다.


"문은 닫고 나가주게"

도둑에게 문을 닫아달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이야기의 백미입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경계, 즉 '품위'를 잃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외부의 침입(도둑)보다 나를 더 괴롭히는 건 내부의 냉기(밤바람)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도둑조차 무장해제 시키는 유머

칼을 든 도둑을 말 한마디로 허탈하게 만들어 돌려보내는 힘은 논리도, 폭력도 아닌 '유머'였습니다.

유머는 상대방과 나 사이의 긴장감을 한순간에 녹여버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세상이 당신의 빈 서랍을 비웃을 때, 당신은 그 세상의 어리석음을 향해 미소 지으십시오.

문은 꼭 닫아달라는 당당함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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