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세상은 순리대로 흘러가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이 말은 참 이상하죠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가도, 가만히 있자니 어딘가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강가에 앉아 물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평온해지지만, 해가 지고 나면 문득 ‘나는 오늘 어디로도 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순리라는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 아닌
순리는 강물과 같다고 할수 있습니다.
강물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죠.
어제의 물과 오늘의 물은 완전히 다른 물입니다.
그런데도 강은 조급해하지 않죠.
산을 만나면 돌아가고, 바위를 만나면 나뉘어 흐르고, 낭떠러지를 만나면 폭포가 되어 떨어집니다.
멈추지 않되, 무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흐를 뿐입니다.
사람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느려서가 아니라, 마음이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가을의 수확을 봄에 확인하려 하고,
씨를 뿌린 지 사흘 만에 땅을 파헤쳐 싹이 났는지 확인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싹은 조용한 곳에서 자라는데, 조급함은 자꾸 흙을 뒤집습니다.
결국 망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조급한 손입니다.
세상을 보면 빨리 성공한 사람들은 있어도, 조급해서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급한 사람이 아니라,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조급한 사람은 결과를 빨리 가지려는 사람이고, 빠른 사람은 준비를 빨리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조급한 사람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오늘로 끌어오려 하고, 빠른 사람은 남들이 아직 어제에 있을 때 이미 오늘을 살기 시작합니다.
같은 시간 속에 살지만, 계절이 다른 사람처럼 사는 것입니다.
농부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봄에 씨를 뿌리는 사람은 가을에 바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봄에 놀던 사람은 가을이 되면 하늘만 쳐다보게 됩니다.
순리를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순리보다 늦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순리는 기다리는 사람의 편이 아니라, 준비한 사람의 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태도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느긋하게 두고, 발걸음만 반 걸음 빠르게 움직이면 됩니다.
마음까지 바쁘면 멀리 못 가고, 발걸음까지 느리면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합니다.
마음은 구름처럼 흘려 보내고, 발걸음은 시계보다 조금만 앞서가면 됩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인생은 뛰지 않아도 남들보다 앞에 가 있게 됩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더 비슷한 것은 파도입니다.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은 팔을 미친 듯이 휘젓지 않습니다.
대신 파도가 오기 전에 이미 보드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파도가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장 멀리 나아갑니다.
인생도 똑같습니다. 파도가 올 때 뛰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가 오기 전에 올라타 있는 사람이 멀리 갑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입니다.
결과를 잡으려고 물속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물의 흐름을 읽는 것. 그리고 흐름이 오기 전에 조용히 노를 물에 담가 놓는 것.
그러면 물은 우리를 밀어주고,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도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세상은 분명 순리대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말의 진짜 뜻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흐름보다 반 걸음 먼저 준비하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은 늦은 오후의 강물처럼 느긋하게 흘러가게 두고, 발걸음은 새벽 첫 기차처럼 남들보다 조금만 먼저 출발시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복잡한 세상에서 조급해지지 않으면서도 뒤처지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