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사람치고 설날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비찜과 야들야들한 불고기의 유혹을 뿌리칠 장사가 있을까요?
"한 점만 더 먹어라" 하시는 할머니의 사랑과 "이건 살 안 쪄"라는 엄마의 근거 없는 응원에 힘입어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먹었습니다.
문제는 그 즐거웠던 입의 호사가 하루 이틀 지나자 '아랫배의 묵직한 배신'으로 돌아왔다는 겁니다.
명절 연휴가 끝날 무렵, 제 장은 마치 고속도로 정체 구간처럼 꽉 막혀버렸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반성하며 스마트폰을 뒤적였죠.
결국 참다못해 거실에 계신 엄마에게 SOS를 쳤습니다.
우리 엄마, 평소엔 무심한 듯하셔도 이럴 땐 꼭 '약식동원(藥食同源)' 철학을 꺼내 드십니다.
"얘야, 약이 다 뭐냐. 원래 음식이 몸을 고치는 법이야."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대추 하나를 쓱 내미시더군요.
저는 감동했습니다. 역시 우리 엄마, 평소엔 잔소리꾼 같아도 자식 건강 챙기는 데는 박사급이시구나 싶었죠.
대추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건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엄마의 지혜에 감탄하며 그 대추를 소중하게 입안에 쏙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가 제 표정을 보더니 갑자기 손사래를 치시며 외치셨습니다.
"아니야! 그 대추 아니야! 그거 아까 마당 땅바닥에 떨어진 거야.
씻지도 않은 건데 그걸 먹으면 어떡해! 너 그거 먹으면 분명히 설사할 거다!"
...네? 엄마, 이게 그러니까... '효능' 때문이 아니라
'위생' 문제로 장을 비워주시겠다는 큰 그림이었나요?
덕분에 제 변비는 (심리적인 충격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