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두 종류의 광고가 있습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사람들의 머릿속에 억지로 이름을 집어넣는 광고, 그리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미지에 살짝 '기생'하여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광고. 벨기에의 작은 양조장 '살리에르(Salier)'는 후자를 선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들은 단 한 방의 기획으로 벨기에의 상징인 '오줌싸개 동상'을 자신들의 전용 홍보 대사로 만들어버렸으니까요.
벨기에 브뤼셀의 상징, '마네켄 피스(Manneken Pis)'. 꼬마 율리안이 적의 폭탄 도화선을 오줌으로 꺼서 도시를 구했다는 전설이 깃든 이 작은 청동상은 365일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평소처럼 동상 주변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죠.
그런데 그날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늘 보던 맑은 물이 아니었습니다.
바람을 타고 은은하고 향긋한 보리 향과 쌉싸름한 홉의 냄새가 광장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어? 이거 물 냄새가 아닌데?" "세상에, 설마 저 동상이 지금...?"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상의 거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는 햇살을 받아 영롱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죠.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던 그때, 군중 속에서 한 남자가 홀린 듯 다가갔습니다.
그는 컵을 내밀어 그 '황금빛 액체'를 가득 채우더니, 망설임 없이 한 모금 크게 들이켰습니다.
남자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오! 세상에! 이건 맥주예요! 그것도 아주 시원하고 기가 막힌 맛의 맥주라고요!"
순식간에 정적이 깨졌습니다. 너도나도 달려들어 동상이 뿜어내는 '신선한 맥주'를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 기이하고도 유쾌한 축제를 즐겼습니다. "어느 양조장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한 거야?"라는 질문이 쏟아질 때쯤, 자연스럽게 한 이름이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살리에르 양조장'이었죠.
이 소식은 당시 현장에 있던 각국 기자들과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SNS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브뤼셀의 오줌싸개 소년이 맥주를 싼다"는 소식은 유럽 전역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소변'과 '식품'을 연결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리에르는 이 금기를 '유머'와 '역사적 맥락'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첫째, 낯설게 하기: 매일 보던 동상에서 물 대신 맥주가 나온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강력한 '훅(Hook)'이 되었습니다.
둘째, 자발적 확산: "내가 벨기에 가서 소년이 싼 맥주를 마셔봤어!"라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은 최고의 안줏거리죠.
셋째, 랜드마크의 권위 차용: 신생 양조장이었던 살리에르는 브뤼셀의 상징인 '율리안'의 명성을 그대로 가져와 단숨에 '국가 대표급' 브랜드 이미지를 획득했습니다.
이후 브뤼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율리안 2세가 생산한(?) 살리에르 맥주'를 마시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교훈은 명확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이미 사랑받고 있는 것에 당신의 가치를 살짝 얹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르고 강력한 전략입니다."
첨성대에서 별빛 맥주가 흐르게 하거나 돌하르방의 코에서 감귤 주스가 나오게 하는 식의 역발상이죠.
사람들은 완벽한 논리보다 '한 번 웃을 수 있는 이야기'에 지갑을 엽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도 '맥주를 뿜는 소년'이 있나요? 혹시 너무 진지하게만 접근하고 있진 않나요?
가끔은 고정관념을 깨는 발칙한 차용이 당신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