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흔히 ‘열심히 산다’는 말을 아주 쉽게 합니다.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 쌓여 있는 커피잔, 피곤한 얼굴로 찍은 사진 한 장.
마치 그것들이 노력의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몇 년이 지나도 출발선 근처를 맴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별로 바쁜 것 같지도 않고 조용히 사는 것 같은데, 어느 날 보면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같은 땅을 걷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것처럼 말입니다.
몇 년 전 제 사촌 형이 딱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고향에서 별다른 직장도 없이 지내던 형은 집안 어른들 사이에서 늘 걱정거리였습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고, 야망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2년 뒤, 형은 혼자 만든 앱 하나로 큰 성공을 거두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노력’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노력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노력은 어쩌면 전혀 다른 종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대처럼 노력합니다.
빛을 사방으로 뿌리면서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유행하는 것은 다 따라가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아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흩어진 빛은 어둠을 밝힐 수는 있어도, 무언가를 뚫지는 못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레이저처럼 노력합니다.
빛을 한 점에 모아서 결국에는 쇠판까지 뚫어버립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조용하고, 심지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땅속에서 한 방향으로만 뿌리를 뻗고 있는 대나무 같은 시간입니다.
대나무는 몇 년 동안 땅 위로 거의 자라지 않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믿기지 않을 속도로 하늘을 향해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그때의 성장만 보고 놀라지만, 사실 놀라운 건 보이지 않던 땅속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의지력으로 인생을 바꾸려고 합니다.
내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내일부터는 달라져야지.
하지만 의지력은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버티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버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젖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은 의지력을 믿지 않고, 대신 시스템을 만듭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 고민하지 않아도 앉게 되는 자리, 유혹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유혹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가버리는 방식입니다.
이들에게 노력은 결심이 아니라 습관이고, 습관을 넘어서 거의 반사신경에 가깝습니다.
마치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밟을지 말지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할 일을 그냥 하게 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하루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1년 뒤에 보면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사람들은 반복을 그냥 반복으로 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하고, 오늘 했던 일을 내일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가는 반복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는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맷돌을 도는 당나귀처럼 열심히 움직이지만, 풍경은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제의 자신을 아주 조금씩 수정합니다.
1%만 더 나아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어제보다 조금 나은 방법을 찾고, 어제보다 조금 덜 틀리는 방법을 찾고, 어제보다 조금 더 빠른 길을 찾습니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언덕을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비교 자체가 의미 없어질 정도의 차이가 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말로 뭔가를 이룬 사람들은 의외로 포기를 잘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사람은 모든 기회를 잡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기회를 버린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인생을 하나의 정원이라고 한다면, 무엇이든 다 키우려고 하는 사람의 정원은 결국 잡초밭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무엇을 키울지 정한 사람의 정원에는 결국 한 그루의 나무가 크게 자랍니다.
가지를 잘라내야 나무가 더 높이 자라듯이, 무언가를 포기해야 진짜 원하는 것이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을 자세히 보면,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정말 멀리 가는 사람들은 결과에 생각보다 무덤덤합니다.
우리는 씨를 뿌리자마자 열매가 열리기를 바라지만, 세상 일의 대부분은 계절을 건너가야 결과가 나옵니다.
농부는 씨를 뿌리고 매일 땅을 뒤집어 보지 않습니다.
대신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뜨면 해를 받으면서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딥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하지만 땅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시간.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도, 남들이 볼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결과가 없는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박수 소리가 들려야 내가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많은 길은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긴 터널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터널을 걸어본 사람은 압니다.
그 길이 막다른 길이 아니라, 산을 뚫고 반대편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는 것을.
결국 노력이라는 것은 누가 더 오래 앉아 있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걸었는지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바쁘게 헤엄치는 사람보다, 천천히라도 한 방향으로 헤엄치는 사람이 결국은 더 멀리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질문이 더 중요해집니다.
나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쩌면 인생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방향에서 만들어지고, 결과의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 깊이에서 만들어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쯤은, 더 바쁘게 살려고 하기보다, 조금은 조용해져도 괜찮습니다.
물이 깊어질수록 소리가 없어지듯이, 사람도 깊어질수록 삶이 조금은 고요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