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선선한 여름밤, 풀벌레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려 퍼지는 경기도 외곽의 어느 논두렁 근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아주 기묘하고도 로맨틱한(?) 만남이 성사되고 있었죠. 바로 '쇠똥구리' 군과 '모기' 양의 첫 소개팅 자리였습니다.
오늘을 위해 쇠똥구리는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자신의 몸을 닦고, 가장 윤기 나는 등껍질을 뽐내며 나타났습니다.
모기 양 역시 평소보다 더 날카롭고 세련된 침(?)을 가다듬고, 가녀린 날개를 파르르 떨며 약속 장소에 도착했죠.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설레임이 교차했습니다.
서로의 종은 달랐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이라는 공통분모가 그들을 이어주고 있었거든요.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신사적인 쇠똥구리 군이었습니다.
쇠똥구리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사실 그는 그녀의 날렵한 몸매와 지적인 분위기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죠.
모기 양은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용하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 저는 보건 의료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종의 '나이팅게일'이랄까요? 사람들의 몸에 직접 주사를 놓아주는 일을 하죠.
조금 따끔하긴 하지만, 다들 저를 보면 팔을 걷어붙이고 환영(?)해 주신답니다."
그녀의 말에 쇠똥구리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주사를 놓는 간호사라니! 이렇게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여성이라니!'
그는 감격에 겨워 자신도 모르게 모기 양의 가느다란 발을 덥석 잡았습니다.
"이런 운명이 있나! 모기 씨, 우리 정말 천생연분인가 봐요. 사실 저도 의료계 종사자거든요.
저는 '전통 한의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엄선된 재료를 모아 정성껏 동그랗게 빚어 '환(丸)'을 만드는 약제사죠.
세상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약을 제조하는 게 제 평생의 업이랍니다!"
모기 양 역시 감동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습니다. '직접 약까지 조제하는 한의사라니, 정말 든든한 신랑감이야!'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그렇게 두 마리의 곤충은 서로의 '전문직' 타이틀에 매료되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우리에게 웃픈 현실을 시사합니다.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한쪽은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이고, 다른 한쪽은 배설물을 굴리는 '청소부'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비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직업이 가진 본질적인 행위를 '주사'와 '조제'라는 근사한 단어로 치환해 냈죠.
이것은 단순한 허세가 아닙니다.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이자, 우리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의 일을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쇠똥구리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는 자연의 순환을 돕는 '에코 프렌들리 에너지 업사이클러'입니다.
모기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녀는 '생태계 인구 조절 및 혈류 자극 전문가'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모기에게 물린 인간의 입장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겠지만요!)
우리나라 정서에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
이 두 주인공은 '말 한마디로 인생의 급'을 올려버린 셈입니다.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근처 축사에서 소 한 마리가 '음매~' 하고 울었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재료'의 향기가 진동했죠.
쇠똥구리의 코가 본능적으로 움찔거렸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모기 씨! 급한 '응급 환자(丸者)'가 발생한 것 같군요.
잠시 약재 수급 좀 해오겠습니다!"
쇠똥구리는 양복 상의를 벗어 던지고 빛의 속도로 소똥을 향해 달려가 뒷발로 소똥을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모기 양은 당황했지만, 곧 자신도 배가 고파졌음을 느꼈습니다.
그때 마침 근처에서 데이트를 구경하던 농부의 팔뚝이 보였죠.
"어머, 저도 마침 '야간 당직' 호출이 왔네요! 주사 한 대 놔드리고 올게요!"
두 마리의 곤충은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흩어졌습니다.
한 명은 똥을 굴리고, 한 명은 뺨을 맞을 위기에 처한 채 말입니다.
겉모습은 화려한 전문직 커플이었지만, 결국 본능은 숨길 수 없었던 것이죠.
쇠똥구리와 모기가 꿈꿨던 그날 밤의 로맨스는 비록 '똥'과 '피'로 얼룩진 현실로 돌아갔을지언정,
그 순간만큼은 그들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의사와 간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