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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자가 될 상인가… 이름 때문에 인생이 꼬였다

Registration date: 2026-03-12
내가 부자가 될 상인가… 이름 때문에 인생이 꼬였다

제 이름은 이규토(李圭土)입니다.

설명부터 조금 필요합니다.

제 이름에는 ‘흙 토(土)’ 자가 무려 세 개나 들어갑니다.

이름 하나에 흙이 이렇게 많이 들어간 사람도 흔치 않을 겁니다.

농담처럼 말하자면 인간 문화재급 ‘진흙탕 이름’이죠.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만난 점쟁이만 해도 웬만한 사람 평생 만날 사람보다 많을 겁니다.

동네 어귀에 돗자리 펴고 앉아 있는 노점 점쟁이부터 예약만 세 달 걸린다는 평창동 보살, 계룡산 도사, 요즘 유행하는 AI 운세 앱까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이것저것 다 경험해봤습니다.


그런데 제 인생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람은 화려한 도사가 아니었습니다.

서른 해 전, 우연히 만난 ‘찐빵처럼 생긴 아저씨’ 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그 말을 제 인생의 황금 열쇠처럼 믿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입니다.

제가 아홉 살, 초등학생이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가족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작은 점집에서 일이 시작됐습니다.

그곳에는 인상이 푸근한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가 동그랗고 통통해서 멀리서 보면 찐빵처럼 보이던 사람이었죠.


그는 제 왼손을 잠깐 들여다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이 아이 사주에 흙이 하나도 없네. 흙은 곧 땅이고, 땅은 돈이야. 이 아이 사주가 완전히 사막이야.”


그 한마디에 부모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저씨의 처방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이름에 흙을 넣어. 그것도 꽉 채워 넣어. 그래야 재물이 새지 않아.”


당시 복채로 2만 원을 챙긴 그 말은, 이상하게도 아홉 살짜리 제 귀에 강력한 주문처럼 들렸습니다.

그 시절 2만 원이면 치킨 세 마리를 먹을 수 있던 돈이었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까지 돈을 내고 듣는 말이라면 분명 중요한 이야기라고 믿었던 거죠.


그리고 저는 단단히 꽂혀 버렸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집에서 선언했습니다.

“나 이름 바꿀래. 꼭 바꿀 거야.”


결국 어린아이의 고집은 부모님을 이겼습니다.

경찰서까지 가서 개명 절차를 밟았고, 이름에 들어갈 한자도 제가 직접 골랐습니다.


‘규(圭)’와 ‘토(土)’.


‘규(圭)’라는 글자를 자세히 보면 흙 토(土)가 위아래로 두 개 쌓여 있습니다.

거기에 다시 토(土)를 하나 더 붙였습니다.


결국 제 이름은 말 그대로

흙 위에 흙, 그 위에 또 흙.


사실상 작은 공사 현장이 된 셈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이름을 부르며 놀리곤 했습니다.


“야, 이규토!”


그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많이 불러라. 부를 때마다 내 통장에 돈이 쌓인다.’


어린 마음에 나름의 정신 승리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벌면 이상하게 빠져나가고, 투자한 땅은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일이 풀릴 듯하다가도 꼭 어딘가에서 꼬이곤 했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저는 다시 이름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용하다고 소문난 성명학 대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분은 제 이름을 보자마자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자네 전생에 두더지였나?”


잠시 후 덧붙인 말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니면 이름에 원한이 있나? 왜 흙을 이렇게까지 쌓아놨어?”


알고 보니 제 사주는 ‘불(火)’ 기운이 강한 사주였습니다.

이런 사주는 적당한 물이 필요하지, 흙이 과하면 오히려 기운을 막아버린다고 했습니다.


설명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제 인생은 원래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였는데, 그 찐빵 아저씨가 거기에 축축한 진흙을 덤프트럭으로 들이부은 셈이었던 겁니다.


불꽃이 타올라야 빛도 나고 따뜻함도 생기는데, 제 이름이 그 불을 숨 막히게 눌러버린 겁니다.


30년 동안 저는 활활 타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꺼지지도 못한 채 눅눅한 진흙 속에서 버티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경찰서를 갈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이름에서 흙을 싹 걷어내고, 조금은 시원한 강물 같은 이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마지막 반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중에 그때 점쟁이가 계산했던 방식을 다시 확인해 보니, 그 아저씨가 제 생년월일 숫자를 하나 잘못 더했더군요.


제 사주에는 애초에 흙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단돈 2만 원 때문에, 한 아홉 살 아이의 이름이 ‘도자기 굽는 가마터’가 되어버린 셈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진실은 꽤 씁쓸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흙맛 나는 진실’이었죠.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름에 흙을 세 개나 넣고 30년을 버틴 ‘인간 옹기’인 저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


비록 제 이름은 덤프트럭에 덮인 불꽃 같은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그 흙을 털어내고 제 불빛을 다시 살려볼 생각입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건 결국 그런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 쌓인 흙을 하나씩 털어내면서, 다시 타오를 자리를 만드는 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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