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거리에, 좋은 책을 만들었지만 홍보력이 부족해 파산 위기에 몰린 출판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창고에는 먼지만 쌓인 책들이 가득했죠. 출판사 주인은 벼랑 끝에서 아주 위험하고도 대담한 도박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나라의 가장 높은 어른, '대통령'을 자신의 마케팅 파트너로 삼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요.
출판사 주인은 재고 도서 한 권을 정성스럽게 포장해 청와대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멀다 하고 대통령에게 의견을 물었죠. 국정 운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대통령은 이 끈질긴 장사꾼의 연락을 끊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훑어보곤 "이 책, 참 좋군요."라는 짧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 순간, 출판업자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다음 날 모든 신문과 거리에는 이런 광고가 붙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극찬한 바로 그 책!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대통령이 좋다고 했다니, 사람들은 너도나도 책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창고에 가득했던 재고는 순식간에 동이 났죠.
얼마 후, 또 다른 책이 팔리지 않자 출판업자는 똑같은 수법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대통령은 이번엔 골탕을 먹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책은 정말 형편없군! 읽을 가치도 없소."
비난 섞인 혹평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사꾼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릎을 탁 쳤죠.
"대통령이 화를 내며 비판한 문제작!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직접 확인하십시오!"
사람들의 심리는 묘합니다. '하지 말라'는 것에 더 끌리고, '나쁘다'는 것에 더 궁금해하죠. "얼마나 엉망이길래 대통령이 저러나?" 하는 호기심에 책은 첫 번째보다 더 빠르게 매진되었습니다.
이제 대통령은 깨달았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결국 저 장사꾼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요. 그래서 세 번째 책이 배달되었을 때, 대통령은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고,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무대응이 상책'이라 믿은 것이죠.
하지만 이 출판업자는 '천재'였습니다. 그는 텅 빈 대통령의 답변란을 보고는 환호하며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대통령을 말문이 막히게 만든 단 한 권의 책!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그 감동을 느껴보세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말문이 막힐 정도의 책'이라는 카피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 책은 그야말로 전설적인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출판업자에게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아니면 무시를 하든 그는 그 모든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맥락'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우리도 때로 세상의 냉담한 반응에 좌절합니다.
하지만 그 냉담함조차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움"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해석뿐입니다.
전통적인 광고가 '장점'만을 늘어놓는다면, 이 장사꾼은 '부정'과 '침묵'이라는 요소를 활용했습니다.
권위자의 한마디는 여전히 힘이 있지만, 그 권위에 도전하거나 권위자가 당황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엄청난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
그는 대중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